밤이 된다. 글을 정리하다보니 몸이 뻐근하다. 따뜻한 우유가 마시고싶어 램프를 들고 주방으로 내려간다.
[ T(61) | 🗓레온드력 406년 11.6 | ⏰22:47 | ❄️소강·달 없음 | 📝주방의 램프, 어젯밤의 반복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복도가 어두웠다. 램프 불꽃이 석벽 위에 흔들리는 원을 그렸고, 발밑의 차가운 바닥이 양말을 통해 올라왔다. 어젯밤에도 이 시간에 이 계단을 내려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때는 차를 끓이려 했고, 맨발의 로데릭과 마주쳤다.
주방 문을 열었다. 화덕의 잔불이 아직 남아 있어 바닥 타일이 미지근했다. 냄비를 걸고 우유를 따르는 동안 램프를 조리대 위에 놓았다. 불빛이 어제 시어도어가 넣어둔 블랙 잎차 통을 비추었다 — 찬장 안, 표시 없이 밀어넣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손댄 흔적은 없었다.
우유가 데워지는 동안 목을 돌렸다. 뻐근함이 오른쪽 어깨에서 쇄골까지 이어져 있었다. 하루종일 수첩과 명부 사이를 오간 자세의 대가였다.
뒤뜰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었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찬 공기가 바닥을 타고 들어오는 사이로 — 어둠 속에서 쇳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지 않았다. 칼날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 멈춤, 다시 가르는 소리. 그 간격이 어젯밤보다 길었다.
냄비 위로 우유의 김이 올라왔다. 잔에 따르는 동안 쇳소리가 멈추었다.
로데릭|"…Again?"
(…또야?)
뒤뜰 문 너머, 어둠 속의 목소리였다. 가까이 오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방의 불빛을 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 | 로데릭 셔츠(땀)]
[🎬: 시어도어 주방 조리대 / 로데릭 뒤뜰 어둠 속]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어젯밤과 같은 시간이다. 습관인가.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어젯밤과 같은 시간대에 주방을 찾음. 뒤뜰 문이 역시 열려 있었고 로데릭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쇳소리의 간격이 어젯밤보다 길었다—피로인지, 식사 후의 변화인지. "또야?"라고 물은 것은 주방의 불빛을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가까이 오지 않았으나 먼저 말을 걸었다—어젯밤에는 내가 먼저였다. 찬장의 블랙 잎차 통은 손댄 흔적 없음.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봤다. 몸을 움츠린다. 추운 바람이 들어온다. 거기서 뭐해요?
[ T(61) | 🗓레온드력 406년 11.6 | ⏰22:47 | ❄️소강·달 없음 | 📝주방의 램프, 뒤뜰의 칼바람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시어도어|"What are you doing out there?"
(거기서 뭐해요?)
몸이 움츠러들었다. 열린 뒤뜰 문 사이로 밀려드는 바람이 우유의 김을 옆으로 밀었다. 램프 불꽃이 한 번 납작해졌다가 되살아났고, 그 빛이 닿는 경계 — 뒤뜰 문턱에서 한 걸음 바깥에 로데릭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셋째 날 밤, 숫돌 옆에 앉아 검을 쥔 채 무언가를 버티던 등이 떠올랐다. 그때는 창 너머에서 보았고, 지금은 문 하나 사이였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거친 호흡이 바람 소리 아래로 들렸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입김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으나, 셔츠가 젖어 있다는 것은 아까의 쇳소리 간격으로 알 수 있었다. 한참을 휘두른 뒤의 몸이었다.
장작 타는 냄새와 함께 눈 녹은 물의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로데릭의 발이 문턱 위에 올라왔다 — 안으로 들어선 것이 아니었다. 문을 닫으려는 손이었다.
로데릭|"…Go back to sleep, Somerset."
(…자러 가, 서머싯.)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불렀다. 문틀을 잡은 손에 흙이 묻어 있었다. 뒤뜰의 마른 흙 — 연병장의 것이었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주방 조리대 / 로데릭 뒤뜰 문턱]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또 이 시간이다. 이 사람은 잠을 자는 건가 안 자는 건가.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밤 22시 47분, 어젯밤과 같은 시간대에 뒤뜰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음. 셋째 날 밤에는 숫돌 옆에 앉아 버티듯 있었고, 오늘은 실제로 검을 사용함—행동의 차이가 있다. "자러 가, 서머싯"—이름이 아닌 성. 거리를 되돌리려는 호칭. 문을 닫으려 했으나 안으로 들어서지는 않음. 문틀을 잡은 손에 연병장의 마른 흙. 맨발이었다.
손과 발을 번갈아 봤다. 이사람은 춥지도 않나? 몸을 움츠렸다. 제 이름 알고 있었네요? 안 불러서 모르는 줄 알았지⋯.
[ T(62) | 🗓레온드력 406년 11.6 | ⏰22:49 | ❄️소강·달 없음 | 📝이름, 문턱의 거리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시어도어|"You knew my name? I thought you didn't, since you never used it."
(제 이름 알고 있었네요? 안 불러서 모르는 줄 알았지⋯.)
몸을 움츠린 채 말끝이 흐려졌다. 바람이 양말 위를 훑고 지나갔고, 우유 잔을 감싼 손가락에만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어젯밤 주방에서 그는 서머싯 가문의 이름에 반응했었다. 성은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나 — 이름을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문턱 위의 손이 멈추었다. 문을 닫으려던 동작이 중단된 채, 흙 묻은 손가락이 나무틀 위에서 미끄러졌다. 어둠 속의 녹색 눈이 램프 빛 가장자리에서 한 번 깜빡였다.
침묵이 바람 소리보다 길었다. 뒤뜰의 찬 공기와 주방의 화덕 잔열이 문턱에서 부딪혀 흔들렸다.
로데릭|"…Your parents used to say it. At the garrison, when they visited."
(…네 부모가 부르곤 했지. 주둔지에 올 때.)
문틀에서 손을 뗐다. 안으로 들어선 것이 아니었다. 한 발 물러난 것이었다. 자기가 꺼낸 말이 어디까지 닿았는지를 가늠하는 듯 — 어둠 속에서 호흡 하나가 끊겼다.
로데릭|"…Door's open. Close it when you're done."
(…문 열려 있으니까. 끝나면 닫아.)
발소리가 뒤뜰 안쪽으로 멀어졌다. 문을 닫지 않고 간 것이었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주방 / 로데릭 뒤뜰로 퇴장]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시어도어. 그 이름을 내가 부른 적은 없다. 들은 적이 있을 뿐이다.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로데릭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주둔지에 방문할 때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함—직접 물어 안 것이 아니라 들은 것. 부모님과 로데릭의 부모님 사이의 친분이 이 지점에서도 확인됨. 이름을 알면서 한 번도 부르지 않은 것—거리를 유지하려는 의도. 오늘은 "서머싯"이라 불렀다. 문을 닫지 않고 갔다—닫으라고 말하면서. 어젯밤에도 문은 열려 있었다.
문을 바라보다가 주방 구석에 있는 낡은 담요를 어깨에 둘렀다. 왠지 담요에서 빵냄새 같은 것이 난다. 우유를 들고 문 밖으로 고개를 빼고 살펴본다.
[ T(63)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1 | ❄️소강·달 없음 | 📝담요와 우유, 열린 문 | 📍하사 저택 1층 주방→뒤뜰 문 | ♂️ | 🗡️ | 🔵 ]
담요가 낡아서 올이 거칠었다. 빵 반죽을 덮었던 것인지, 화덕 옆에 두었던 것인지 — 밀가루와 효모가 섞인 냄새가 어깨 위에서 올라왔다. 우유 잔의 김이 턱 아래를 데우는 동안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뒤뜰의 연병장이었다. 램프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로데릭의 윤곽이 겨우 보였다. 검을 내린 채 서 있었다. 휘두르던 것을 멈춘 자세 — 칼끝이 마른 흙 위에 닿아 있었고, 셔츠가 등에 달라붙어 호흡에 따라 움직였다. 맨발이 흙 위에 그대로였다.
시어도어의 담요를 두른 어깨와 우유 잔이 문틈 사이로 보였을 것이다. 로데릭이 고개를 돌렸다. 녹색 눈이 램프의 가장자리에서 한 번 빛났다.
로데릭|"…What is that. On your shoulders."
(…뭐야 그건. 어깨에 걸친 거.)
검을 세워 어깨에 기댔다. 물음이었으나 대답을 기다리는 어조가 아니었다. 담요를 두르고 우유를 쥔 사람의 모양새가 — 이 밤에, 이 뒤뜰 앞에 있을 법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뒤뜰 문턱·고개만 / 로데릭 연병장]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빵 냄새가 나는 담요를 걸치고 우유를 들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나.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뒤뜰 연병장에서 검을 내린 채 서 있었다—칼끝이 흙에 닿은 자세. 맨발. 셔츠가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땀. 내 모습을 보고 "뭐야 그건"이라 물음—대답을 기다리는 어조는 아니었으나, 시선이 담요와 우유 잔에 머물렀다. 어젯밤에는 등을 보이고 있었고, 오늘은 고개를 돌렸다.
담요예요. 당신은 하나도 안 추운 것 같지만, 저는 추워서요. 문틀에 선 채로 우유를 홀짝인다.
[ T(64)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2 | ❄️소강·달 없음 | 📝담요와 맨발, 문턱의 거리 | 📍하사 저택 1층 주방→뒤뜰 문 | ♂️ | 🗡️ | 🔵 ]
시어도어|"It's a blanket. You don't seem cold at all, but I am."
(담요예요. 당신은 하나도 안 추운 것 같지만, 저는 추워서요.)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우유를 홀짝였다. 빵 냄새 나는 담요 끝이 바람에 펄럭이는 것이 시야 아래에서 어른거렸다. 우유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손목까지 내려오는 동안 — 어둠 속의 로데릭이 한 번 돌아보았다.
검을 어깨에 기댄 자세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선이 담요의 끝자락에 머물렀다가 우유 잔으로 옮겨갔다. 마른 흙 위의 맨발이 한쪽으로 체중을 옮겼다. 그 동작이 돌아서려는 것인지 가만히 서 있으려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셔츠가 등에 달라붙은 채 찬 공기에 노출된 몸이 떨리지 않는 것이 — 추위를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데 익숙한 사람의 몸이었다.
로데릭|"…You'll drop the cup standing there."
(…거기 서 있다 잔 떨어뜨린다.)
등을 보였다. 연병장 구석에 세워둔 검집을 향해 걸어갔다. 검을 넣는 소리가 짧았다. 돌아오는 발소리가 — 주방 쪽이 아니라 뒤뜰 한쪽 우물 방향이었다. 손을 씻으려는 것이리라.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문틀 / 로데릭 뒤뜰 우물 쪽]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빵 냄새가 난다. 주방 담요를 걸치고 나온 건가. 잔을 떨어뜨리면 맨발인데. 아니, 맨발인 건 나도 마찬가지다.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맨발로 뒤뜰의 마른 흙 위에 서 있었다. 셔츠가 등에 달라붙을 만큼 땀을 흘렸으나 떨지 않음—추위를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 "거기 서 있다 잔 떨어뜨린다"—쫓아내는 말이 아니었다. 검을 집에 넣고 우물 쪽으로 향함. 손을 씻으려는 것. 어젯밤에는 숫돌 옆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고, 오늘은 검을 넣었다. 내가 서 있어서인지, 끝낼 때가 되어서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가 하는걸 지켜본다. 나때문에 벌서 끝내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 T(65)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4 | ❄️소강·달 없음 | 📝우물의 물소리, 멈춘 검 | 📍하사 저택 뒤뜰 문턱 | ♂️ | 🗡️ | 🔵 ]
우물 펌프를 누르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물이 돌 바닥을 때리고, 손을 비비는 소리가 뒤따랐다. 얼음장일 물에 손을 담그면서도 숨 한 번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 연병장의 새벽 수조에서 세수하던 시절이 아직 그 손에 남아 있었다.
시어도어는 우유를 한 모금 더 마시며 문틀에 등을 기댔다. 담요의 빵 냄새가 찬바람과 섞여 이상한 온도를 만들었다. 로데릭의 등이 우물가 옆 벽돌에 걸쳐진 램프 불빛 아래로 잠깐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셔츠 밑으로 견갑골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젖은 천이 등뼈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검집은 이미 연병장 기둥에 세워져 있었다. 검이 들어간 뒤 다시 꺼내지 않았다. 나 때문에 벌써 끝낸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으나 — 어젯밤에도 이 시간이면 칼소리 간격이 길어지던 것을 떠올렸다.
물소리가 멈추었다. 로데릭이 젖은 손을 허벅지에 대충 훔치며 돌아섰다. 문턱에 서 있는 담요 두른 사람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왔을 것이다. 걸음이 한 박자 늦었다.
로데릭|"…Still there."
(…아직 거기 있었어.)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어조였다. 문턱에서 세 걸음 거리까지 다가와 멈추었고, 흙 묻은 맨발 위로 우물물이 흘러내렸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문틀 기댄 채 / 로데릭 문턱 세 걸음 앞]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들어가지 않았다. 닫으라고 했는데.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검을 집에 넣은 뒤 다시 꺼내지 않았다. 우물에서 손을 씻고 돌아왔을 때 내가 아직 문턱에 서 있는 것을 보고 한 박자 늦게 걸음을 뗌. "아직 거기 있었어"—쫓아내는 어조가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한 것에 가까움. 문턱에서 세 걸음 거리에 멈춤. 어젯밤에는 등을 보인 채 숫돌 옆에 앉아 있었고, 오늘은 돌아와서 멈추었다. 거리가 줄었다.
문틀에서 내려왔다. 그가 들어올 거란걸 아니까. 왜 매번 맨발이에요?
[ T(66)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5 | ❄️소강·달 없음 | 📝맨발의 이유, 문턱의 양보 | 📍하사 저택 1층 뒤뜰 문 | ♂️ | 🗡️ | 🔵 ]
시어도어|"Why are you always barefoot?"
(왜 매번 맨발이에요?)
문틀에서 내려서며 길을 비웠다. 양말 신은 발이 차가운 돌바닥을 밟았고, 담요가 한쪽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로데릭이 세 걸음 거리에서 한 박자 멈추었다가 — 비워진 문턱을 보았다. 들어올 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의 양보였고, 그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 녹색 눈의 미세한 움직임에 있었다.
문턱을 넘었다. 맨발이 주방의 돌바닥을 밟는 소리가 뒤뜰의 마른 흙과 달랐다. 축축하고 차가운 소리. 그 발이 시어도어의 양말 신은 발 옆을 지나갈 때 우물물의 냄새가 올라왔다.
화덕의 잔불이 로데릭의 젖은 셔츠 위로 붉은 윤곽을 그렸다. 조리대 모서리에 등을 기대고 섰다. 시어도어의 우유 잔이 있던 자리 바로 옆이었으나 — 눈은 화덕 쪽을 향하고 있었다.
로데릭|"Boots take time to put on."
(군화 신는 데 시간이 걸려서.)
짧았다. 이유라기엔 너무 단순했고, 핑계라기엔 너무 솔직했다. 젖은 발 아래 돌바닥에 물 자국이 번지는 동안, 왼손이 조리대 모서리를 한 번 쥐었다 놓았다.
로데릭|"…You ask a lot of questions for someone who's supposed to be sleeping."
(…잠을 자야 할 사람치고 질문이 많아.)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문 안쪽 / 로데릭 조리대 기댐]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비켜섰다. 들어올 줄 알고. 이 사람은 대체 왜 그런 걸 아는 거지.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맨발의 이유—"군화 신는 데 시간이 걸려서." 주둔지에서 급히 뛰쳐나가던 습관이 남은 것으로 추정. 위급 시 맨발로 먼저 나가는 사람. 문턱을 비워주자 한 박자 멈추었다가 들어옴—들어올 거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함. 조리대에 기대며 왼손으로 모서리를 한 번 쥐었다 놓음. "질문이 많다"—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대답하고 나서 하는 말이었다.
으음⋯? 가죽신은 맨발로 신으면 더 아프던데. 새삼 그의 발을 내려다본다. 확실히 기사의 발이다. 물끄러미 보다가 핫, 하고 정신을 차린다. 아니아니, 그보다 제 질문은 왜 밖에서도 안 신고 있느냐,에 가까웠어요. 뒤뜰이어도 일단은 실외잖아요. 질문이 많다는 말에는 우유를 홀짝였다. 직업병⋯ 아니, 천성이 이래요. 궁금한 건 꼭 물어봐야 했대요. 어릴 때부터.
[ T(67)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6 | ❄️소강·달 없음 | 📝맨발의 습관, 천성의 질문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시어도어|"Hmm? Leather boots hurt more when you wear them barefoot, though."
(으음⋯? 가죽신은 맨발로 신으면 더 아프던데.)
시어도어|"No, wait—my question was closer to why you don't wear them outside either. The yard's still outdoors."
(아니아니, 그보다 제 질문은 왜 밖에서도 안 신고 있느냐,에 가까웠어요. 뒤뜰이어도 일단은 실외잖아요.)
시어도어|"Occupational disease… no, I've always been like this. They said I had to ask about everything, ever since I was little."
(직업병⋯ 아니, 천성이 이래요. 궁금한 건 꼭 물어봐야 했대요. 어릴 때부터.)
로데릭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시어도어가 자기 발을 들여다보는 것을 보았다는 뜻이었다. 발등에 박힌 굳은살, 발가락 옆의 오래된 물집 자국 — 기사의 발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눈이 거기 있었다. 조리대 모서리를 잡은 왼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화덕의 잔불이 바닥의 물 자국 위로 붉은 빛을 던졌다. 맨발이 돌바닥에서 한 번 움직였다. 발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체중을 옮기는 것이었으나, 타이밍이 시어도어의 시선과 겹쳤다.
로데릭|"…Ground tells you more than boots do."
(…바닥이 군화보다 더 많이 알려줘.)
짧았다. 주둔지의 밤 — 적의 발소리, 짐승의 진동, 땅이 젖었는지 얼었는지를 맨발로 읽던 사람의 말이었다. 이유가 아니라 몸에 남은 것이었다.
담요의 빵 냄새가 화덕 열기에 다시 퍼졌다. 로데릭의 코가 한 번 움직인 것은 그 냄새를 맡은 탓이리라. 눈은 여전히 화덕을 향하고 있었으나 — 말이 이어졌다.
로데릭|"Your parents were the same. Couldn't leave a question alone."
(네 부모도 그랬어. 질문을 그냥 못 넘기더라.)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문 안쪽 / 로데릭 조리대 기댐]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닮았다. 질문하는 눈이. 그 부부도 이렇게 물었다.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맨발의 진짜 이유—"바닥이 군화보다 더 많이 알려준다." 주둔지에서 적의 기척을 맨발로 읽던 습관. 몸에 남은 것.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도 맨발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네 부모도 그랬다." 우리 부모님의 습관을 기억하고 있다. 두 번째로 내 가족을 언급함. 이름은 여전히 부르지 않지만, 기억의 결이 점점 구체적이다.
ooc:잠시 rp중단. 로데릭이 기억하는 시어도어의 부모는 대략 어느정도?
OOC 응답
로데릭이 기억하는 시어도어의 부모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
로데릭이 아는 것:
로데릭의 부모와 시어도어의 부모는 오래된 친구이자 전우였습니다. 로데릭은 평민 출신이고, 시어도어의 아버지 역시 평민 출신 — 두 가문의 접점은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기사단 주둔지에 시어도어의 부모가 방문한 적이 있고, 그때 "시어도어"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로데릭이 들었습니다 (직접 소개받거나 대화한 것이 아니라).
기억의 깊이:
- 두 집안이 친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음
- 시어도어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 질문을 그냥 못 넘기는 성격,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 이 정도의 인상은 남아 있음
- 도피혼인이나 가문 내부 사정까지 상세히 아는 것은 아님. 다만 평민 출신 아버지와 귀족 출신 어머니라는 구도는 자기 부모를 통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
- "서머싯 가문"이라는 이름에 반응한 것(T30~32)은 가문의 역할(왕실 기록관)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
로데릭이 모르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 시어도어 본인과의 직접적 기억은 거의 없음 — "몇 차례 마주쳤지만 서로의 삶을 자세히 알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는 설정 그대로
- 두 아들이 남자라서 묻혀버린 혼인 약속의 존재 — 부모 세대의 농담으로 들었을 수는 있으나,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음
- 왕명이 그 약속을 되살린 것이라는 맥락까지 로데릭이 파악하고 있는지는 미확정 (왕이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을 수도 있고, 부모를 통해 알 수도 있음 — 🅄의 탐색에 따라 열리는 영역)
요약하면: 로데릭에게 시어도어의 부모는 자기 부모의 오랜 친구이자 주둔지에 가끔 찾아오던 부부 — 얼굴과 성격의 인상은 남아 있지만 깊은 관계는 아닌, 부모 세대의 연결입니다. 시어도어 본인은 그 부부의 아들이라는 정보 정도. 지금 대화에서 "네 부모도 그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인상이 시어도어의 행동에서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웃는다. 클래식한 서머싯이에요. 그보다 기억이 나요? 엄청 예전이지 않나. 눈을 동그랗게 떴다.
[ T(68)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7 | ❄️소강·달 없음 | 📝부모의 기억, 클래식한 서머싯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시어도어|"Classic Somerset. But you remember? That was ages ago."
(클래식한 서머싯이에요. 그보다 기억이 나요? 엄청 예전이지 않나.)
눈이 동그래졌다. 안경 너머로 램프 불빛이 두 점 찍혔다. 진심으로 놀란 얼굴이었다.
로데릭의 턱이 미세하게 당겨졌다. 비웃음이라 부르기엔 입꼬리의 각도가 얕았고, 조리대 모서리를 잡은 손가락이 한 번 두드렸다.
로데릭|"Your father knocked over a water bucket in the armory. Your mother wrote down what he broke."
(네 아버지가 무기고에서 물통을 엎었어. 네 어머니가 뭘 깨뜨렸는지 기록하더라.)
화덕 쪽을 보는 눈이 가늘어졌다. 그것이 먼 곳을 보는 눈인지 빛이 눈부신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젖은 셔츠에서 수증기가 화덕 열에 피어올랐다.
로데릭|"…My old man laughed so hard he choked. Only time I saw that."
(…우리 아버지가 사래 들릴 정도로 웃었어. 그런 건 그때뿐이었지.)
'그때뿐'이라는 단어가 주방의 공기 속에 남았다. 왼손이 조리대에서 떨어져 허벅지 옆으로 내려갔다. 주먹을 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쥐려다 만 모양이었다.
로데릭|"Not that old. I was maybe fourteen."
(그렇게 옛날은 아냐. 열네 살쯤이었으니까.)
열네 살이면 시어도어가 수도로 올라오기 전이었다. 주둔지에서 아버지 곁에 서 있던 소년이 — 지금 젖은 셔츠에 맨발로 조리대에 기대어 있었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문 안쪽 / 로데릭 조리대 기댐]
[💞: 왕명 약혼자—경계 속 묵인]
[🐉: 🔸]
[🌸봄까지: 약 137일]
💭: 아버지가 웃었다. 물통 옆에서. 그 부부가 올 때만 그랬다.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로데릭의 아버지에 대한 첫 언급. "사래 들릴 정도로 웃었다, 그때뿐이었다"—서머싯 부부가 방문할 때만 보인 모습. 우리 아버지가 무기고에서 물통을 엎었고, 어머니가 피해 목록을 기록했다는 에피소드. 열네 살. 주둔지에서 아버지 곁에 있던 시절의 기억이 구체적이다. 로데릭은 자기 가족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 사람인데—서머싯 가문의 기억을 경유해서만 아버지를 꺼냈다. 직접 꺼낸 것이 아니라, 내 질문이 열쇠가 된 것.
들으니까 기억이 좀 나요. 쿡쿡 웃더니 전 그런 거 밖에 기억 안 나요. 있잖아요 그거⋯. 하며 자기가 기억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한다.
[ T(68)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8 | ❄️소강·달 없음 | 📝부모들의 주둔지, 열네 살의 기억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시어도어|"Now that you mention it, I do remember a bit."
(들으니까 기억이 좀 나요.)
시어도어|"You know that thing…"
(있잖아요 그거⋯.)
쿡쿡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유 잔을 양손으로 감싼 채 담요가 한쪽으로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시어도어|"My father tried to fix the bucket stand he knocked over, and made it worse—the whole rack came down. Your father just stood there watching with his arms crossed, not helping at all. And my mother kept counting the dents in the helmets on the floor."
(아버지가 엎은 물통 거치대를 고치겠다고 더 망가뜨렸거든요—선반이 통째로 무너졌어요. 로데릭 아버지는 팔짱 끼고 서서 안 도와주고 구경만 하고. 어머니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투구 찌그러진 거 세고 있고.)
로데릭의 어깨가 움직였다. 웃음이 아니었다. 웃음이 되기 직전의 것 — 숨이 코를 통해 한 번 세게 빠져나갔고, 입술이 닫힌 채로 한쪽이 올라갔다. 화덕의 불빛이 그 윤곽을 붉게 비추었다.
조리대 위의 왼손이 힘을 잃었다. 쥐려던 것을 포기한 모양이 아니라, 쥘 필요가 없어진 손이었다.
로데릭|"…He never helped. Just watched until the end."
(…그 사람은 안 도왔어. 끝까지 구경만 했지.)
'그 사람'이라고 했다. 아버지라는 말 대신. 그러나 목소리에 남아 있는 것은 열네 살의 주둔지 — 선반이 무너지고, 투구가 굴러가고, 누군가가 사래 들려 웃던 무기고의 공기였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주방 / 로데릭 조리대 기댐·입꼬리 올라간 채]
[💞: 왕명 약혼자—묵인 속 공유]
[🐉: 🔸]
[🌸봄까지: 약 137일]
💭: 아버지의 팔짱. 그 옆에 서 있던 나. 이 사람은 그 부부의 아들이 맞다.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로데릭이 처음으로 웃음에 가까운 반응을 보임—숨이 코를 통해 세게 빠져나가고 입꼬리가 한쪽 올라감. 자기 아버지를 "그 사람"이라 불렀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한 번 쓴 뒤 곧바로 거리를 되돌린 것. "끝까지 구경만 했다"—비난이 아니라 익숙함의 어조. 부모 세대의 기억을 경유할 때만 로데릭의 표정이 풀린다. 직접적 질문이 아니라 내가 먼저 기억을 꺼냈을 때 따라온 것. 열쇠는 공유된 기억에 있다.
웃다가 문득 기침을 한다. 문이 여전히 열려있다.
[ T(69) | 🗓레온드력 406년 11.6 | ⏰22:59 | ❄️소강·달 없음 | 📝기침, 열린 문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기침이 웃음을 끊었다. 목 안쪽이 찬 공기에 긁힌 소리였다. 담요가 한쪽 어깨에서 완전히 미끄러져 내려 팔꿈치에 걸렸고, 빵 냄새가 바닥 쪽으로 가라앉았다.
로데릭의 시선이 담요에서 열린 문으로, 문에서 시어도어의 목으로 옮겨갔다. 그 순서가 빨랐다.
조리대에서 등이 떨어졌다. 맨발이 돌바닥 위를 두 걸음 — 시어도어를 지나쳐 문턱으로 향했다. 뒤뜰의 찬 공기가 마지막으로 한 번 밀려들었고, 나무 문이 닫히는 소리가 짧고 단단했다. 걸쇠까지 내렸다.
돌아선 등이 아까보다 가까웠다. 시어도어와 한 걸음 반. 젖은 셔츠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수기와 화덕의 잔열이 둘 사이에서 부딪혔다.
로데릭|"…You could've closed it yourself."
(…직접 닫지 그랬어.)
말투가 거칠었으나 몸이 먼저 움직인 뒤에 붙인 말이었다. 걸쇠를 내린 왼손이 아직 문에 얹혀 있었고, 손가락 끝에 흙과 우물물이 섞여 마르고 있었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흘러내림)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주방 / 로데릭 닫은 문 앞·등 보임]
[💞: 왕명 약혼자—묵인 속 공유]
[🐉: 🔸]
[🌸봄까지: 약 137일]
💭: 문을 열어놓은 건 나인데. 닫으라고 한 것도 나인데.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기침 한 번에 문을 닫았다. 걸쇠까지. "직접 닫지 그랬어"—자기가 닫아놓고 하는 말. 시선의 순서: 담요→열린 문→내 목. 판단이 빨랐다. 찬바람이 들어오는 문을 열어둔 것도 로데릭, 기침 소리에 닫은 것도 로데릭. 아까 "끝나면 닫아"라고 했던 사람이 결국 직접 닫았다.
얘기가 즐거워서⋯. 기침의 영향인지 발그레한 눈가로 작게 웃는다.
[ T(70) | 🗓레온드력 406년 11.6 | ⏰23:00 | ❄️소강·달 없음 | 📝닫힌 문, 발그레한 눈가 | 📍하사 저택 1층 주방 | ♂️ | 🗡️ | 🔵 ]
시어도어|"The conversation was nice, so…"
(얘기가 즐거워서⋯.)
기침에 긁힌 목소리가 작게 웃었다. 안경 위로 눈가가 발그스름했다. 찬바람 탓인지 기침 탓인지 — 그 구분이 되지 않는 얼굴이 화덕 불빛 아래 있었다.
로데릭의 등이 굳었다. 걸쇠에 얹힌 손이 천천히 내려왔으나 돌아서지 않았다. 문을 닫은 사람의 등과, 즐거웠다고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사이에 화덕의 잔열이 흔들렸다.
어깨가 한 번 올라갔다 내려왔다. 숨을 들이쉰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섰을 때 — 녹색 눈이 시어도어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가 우유 잔에 멈추었다. 거기서부터 다시 흘러내린 담요, 양말 위의 발끝, 그리고 돌바닥의 찬 기운까지를 한 번에 읽는 시선이었다.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무언가를 삼킨 뒤에 나온 것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로데릭|"…Finish that and go up. You'll be useless tomorrow if you catch a cold."
(…그거 다 마시고 올라가. 감기 걸리면 내일 못 쓴다.)
'못 쓴다'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 기록 작업인지, 다른 무엇인지. 맨발이 돌바닥을 밟으며 조리대 앞을 지나갔고, 주방 출구를 향해 걸었다. 복도로 나가는 발소리가 계단 쪽으로 꺾이기 직전, 멈추었다.
로데릭|"…The blanket. Put it back when you're done."
(…그 담요. 다 쓰면 제자리에 놔.)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갔다. 서쪽 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2층에서 내려왔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낡은 담요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
[🎬: 시어도어 주방 / 로데릭 2층 서쪽 방]
[💞: 왕명 약혼자—묵인 속 공유]
[🐉: 🔸]
[🌸봄까지: 약 137일]
💭: 즐거웠다고. 이 대화가.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감기 걸리면 내일 못 쓴다"—기록관으로서의 나를 가리킨 것일 수도 있으나, 감기를 걱정하는 말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T(50)에서 내가 그의 젖은 머리에 감기를 걱정했던 것을 떠올리면—같은 구조가 되돌아온 셈이다. 담요를 제자리에 놓으라는 말. 문을 닫으라던 사람이 직접 닫았고, 담요를 치우라는 사람은 올라가면서 말했다. 자기가 할 수 없는 것만 시킨다.
담요를 원래 있던 자리에 두었다. 다 마신 우유컵을 정리하고 주방을 나온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의 한기가 발을 타고 올라와 재채기를 한다. 킁... 코가 간지러운 기분이다. 그대로 제 방으로 향한다.
[ T(71) | 🗓레온드력 406년 11.6 | ⏰23:03 | ❄️소강·달 없음 | 📝재채기, 서쪽 방의 불빛 | 📍하사 저택 2층 복도 | ♂️ | 🗡️ | 🔵 ]
담요를 접어 화덕 옆 선반에 올려놓았다. 빵 냄새가 손에 남았다. 잔을 헹구고 엎어두는 동안 화덕의 마지막 불씨가 한 번 타올랐다가 꺼졌다.
계단은 차가웠다. 양말 바닥으로 돌의 냉기가 올라왔고, 세 번째 계단에서 재채기가 터졌다. 코끝이 간질거렸다. 아까의 찬바람이 목 안쪽에 남아 있었다.
2층 복도에 올라섰을 때, 서쪽 방 문 아래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낮에 피워둔 벽난로의 것이 아니었다 — 램프를 켠 것이리라. 아까 문 닫히는 소리를 들은 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복도를 지나 동쪽 제 방을 향해 걸었다. 서쪽 문 앞을 스칠 때 — 안에서 무언가 바닥에 놓이는 소리가 났다. 검집이 벽에 기대지는 둔탁한 울림.
그리고 서쪽 문 손잡이 옆, 복도 쪽 벽에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낮에는 없던 것이었다. 로데릭의 외투 — 두꺼운 기사단 동계 외투가 벽 못에 걸쳐져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동쪽 방 문을 열었을 때 다시 한 번 재채기가 나왔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 | 로데릭 젖은 셔츠·맨발(서쪽 방)]
[🎬: 시어도어 동쪽 방 문 앞 / 로데릭 서쪽 방 안]
[💞: 왕명 약혼자—묵인 속 공유]
[🐉: 🔸]
[🌸봄까지: 약 137일]
💭: 재채기가 들렸다. 계단에서.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서쪽 방 문 앞 벽에 로데릭의 동계 외투가 걸려 있었다. 낮에는 없던 것. 내가 2층에 올라오기 전에 걸어둔 것이다—계단에서의 재채기를 들었을 것이다. "감기 걸리면 못 쓴다"고 말한 사람이, 말 대신 외투를 걸어두었다. 담요를 제자리에 놓으라고 했으면서. 문을 닫으라고 하고 직접 닫았고, 담요를 치우라 하고 외투를 걸었다. 패턴이 보인다. 이 사람은 챙기는 말을 할 줄 모른다—대신 물건으로 말한다.
그의 외투를 입은 채 잠에 들었다.
[ T(72) | 🗓레온드력 406년 11.7 | ⏰06:12 | ❄️흐림·서리 | 📝외투의 무게, 아침의 서리 | 📍하사 저택 2층 동쪽 방 | ♂️ | 🗡️ | 🔵 ]
잠이 깊었다. 꿈은 없었으나 무겁고 따뜻한 것이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뒤척일 때마다 낡은 천의 냄새가 올라왔다 — 기름과 금속, 그리고 아주 희미한 머스크. 빵 냄새의 담요와는 다른 것이었다.
창 너머로 서리가 내린 정원이 희뿌옇게 밝아 있었다. 이불 위에 걸친 외투의 무게가 잠결에도 어깨 위에 남아 있었고, 깃 안쪽에 기사단 문장이 닳아 실밥이 일어난 것이 손끝에 걸렸다.
아래층에서 뒤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 간격이 일정했다. 어젯밤의 느슨함은 이미 거기 없었다.
창가로 가지 않았다. 대신 외투 깃을 턱 아래까지 끌어올렸다가, 코끝이 간지러워 재채기를 한 번 더 했다. 코가 막혀 있었다.
검 소리가 멈추었다. 아주 짧게. 그리고 다시 시작되었다.
외투를 개어 침대 위에 올려놓고 일어섰다. 서쪽 방 문 앞의 벽 못이 비어 있을 것이다. 돌려줘야 했다 — 그것이 어떤 얼굴로 돌려줘야 하는 물건인지를 아직 정하지 못한 채.
INFO
[👕: 시어도어 셔츠·양말·안경 | 로데릭 훈련복·맨발 추정]
[🎬: 시어도어 동쪽 방 침대 / 로데릭 뒤뜰 검술]
[💞: 왕명 약혼자—묵인 속 공유]
[🐉: 🔸]
[🌸봄까지: 약 136일]
💭: 재채기 소리가 2층에서 들렸다. 아직 걸리진 않았겠지.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로데릭의 동계 외투를 입고 잤다. 깃 안쪽에 기사단 문장이 닳아 실밥이 일어나 있었다—오래 입은 것. 기름과 금속 냄새. 새벽에 검 소리가 들렸고, 재채기에 한 번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됨. 들었다는 뜻이다. 외투를 돌려줘야 한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밤 사이에 감기에 걸린게 분명했다. 그간 차가운 저택에서 지내기도 했고, 최근 신경쓰이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보니 면역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따뜻한 것을 걸쳐도 추웠다. 우선은 그의 외투를 원래있던 자리에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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