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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The Fire in His Room

The Warmth He Never Asked For

시장으로 향한다.
 
[ T(42) | 🗓레온드력 406년 11.6 | ⏰09:10 | ❄️흐림·낮은 구름 | 📝시장, 기록관의 발걸음 | 📍왕도 외곽 아침 시장 | ♂️ | 🗡️ | 🔵 ]

시장은 서리 낀 아침에도 움직이고 있었다. 수레가 돌 위를 지나는 소리, 양모 짐을 풀어내리는 상인의 거친 손, 구운 밤 냄새가 찬 공기 사이로 번졌다. 시어도어는 우산을 접어 코트 안쪽에 끼운 채 노점들 사이를 걸었다. 왕궁으로 가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갑옷 방의 것들이 아직 손끝에 남아 있었다. 손수건 너머로 만진 세로줄의 깊이, 숫돌의 오목한 곡면, 할렌이라는 이름의 각인. 그것들을 안은 채 행정부 서고에 앉아 공문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차 가게 앞에서 발이 멈추었다. 가게 주인이 차 종류를 늘어놓는 사이 시어도어의 시선은 향이 약한 쪽에 머물렀다. 진한 것은 안 마실 사람이었다. 쓴 것을 골라 마시는 사람이 향까지 강한 것을 견딜 리 없었다. 결국 고른 것은 무향에 가까운 검은 잎 한 봉지. 진열된 양철 통들 사이에서 블랙 잎차를 골랐다. 설탕이 있냐고 물었던 반 박자의 침묵이 떠올랐으나, 설탕은 고르지 않았다. 그 사람이 블랙으로 마셨으므로.
상인이 종이에 싸 건네며 물었다.

상인|"Gift, sir? Want me to tie it up nice?"
(선물이에요? 예쁘게 묶어드릴까요?)
시어도어|"No. Just the paper is fine."
(아뇨. 종이 그대로요.)

묶으면 선물이 된다. 선물이 되면 건네야 한다. 건네면 그것이 무엇이 되는지를 그 사람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종이봉지를 코트 주머니에 넣었을 때, 구름 사이로 빛이 한 줄 내려왔다가 곧 사라졌다. 접어든 우산을 바꿔 쥐며 시장 골목을 빠져나왔다. 구름이 더 낮아져 있었다. 로데릭의 판단이 맞을 것이었다. 코트 주머니 안에서 차 봉지의 종이가 바스락거렸고, 수첩이 그 옆에 나란히 눌려 있었다.
첫 눈송이가 코트 어깨 위에 내렸다. 우산을 폈다. 닳은 니스 손잡이가 장갑 낀 손안에서 미끄러지지 않았다.

INFO

[👕: 시어도어 코트·안경·낡은 우산 | 로데릭 백은 갑주·흰 망토(왕궁)]
[🎬: 시어도어 왕도 시장 ↔ 로데릭 왕궁]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묶으면 선물이 된다. 아직 그건 그에게 이를지도 모른다. (시어도어)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시장에서 무향에 가까운 검은 잎차를 구입했다. 설탕은 고르지 않았다. 포장도 하지 않았다. 선물이 아니다. 주방에 놓아둘 뿐이다. 그가 직접 건네지 않는 것처럼, 나도 직접 건네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두루마리에 적혀있던 것들을 떠올리며 정처없이 걷는다.

[ T(43) | 🗓레온드력 406년 11.6 | ⏰09:25 | ❄️첫눈·낮은 구름 | 📝이름들, 거리 위의 눈 | 📍왕도 시장 골목 | ♂️ | 🗡️ | 🔵 ]

눈이 내렸다. 촘촘하지 않았다. 바람 없이 느리게 떨어지는 종류여서 우산 위에 쌓이기보다 스쳐 지나갔다. 닳은 니스 손잡이를 쥔 채 정처 없이 걸었다.

'왼쪽 어깨 오래된 상처.' 그 문장이 발걸음에 맞춰 되돌아왔다. 행정부가 기재한 것은 이름, 계급, 사망 추정 일시. 그 옆에 로데릭이 적어넣은 것은 살아 있던 사람의 것이었다. 상처의 위치를 아는 것은 갑주를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뜻이었고, 기도하는 버릇을 아는 것은 식탁을 함께 한 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여동생이 고향에 있다는 것은 — 그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노점 처마 밑을 지나며 눈송이 하나가 안경 렌즈에 닿아 녹았다. 시야가 한쪽만 번졌다.

스물넷. 왕궁 명부에는 숫자였다. 갑주 안쪽에도 숫자였다. 다만 탁자 위의 두루마리에서만, 그들은 어깨의 흉터와 기도와 여동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 왕도에 한 명뿐이라는 사실이 발밑의 서리보다 차가웠다.

시장 끝 광장에서 발이 멈추었다. 저 너머로 왕궁의 첨탑이 눈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 지금 그곳에서 로데릭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 텅 빈 기사단 본부에 앉아 있을지, 전사자 명패가 걸린 벽을 등지고 있을지.

코트 주머니 안에서 차 봉지의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상인|"First snow of the year, eh? Early this time."
(올해 첫눈이네. 이번엔 일찍이야.)

시어도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고 저택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INFO

[👕: 시어도어 코트·안경·낡은 우산 | 로데릭 백은 갑주·흰 망토(왕궁)]
[🎬: 시어도어 왕도 광장→귀로 ↔ 로데릭 왕궁]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스물넷의 어깨와 기도와 여동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는 것. 그것이 제일 무겁다. (시어도어)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첫눈. 로데릭의 판단이 맞았다. 명부 메모의 의미를 정리함—'왼쪽 어깨 오래된 상처'=갑주를 벗은 모습을 본 적 있음. '식사 전 기도'=식탁을 함께 한 적 있음. '고향에 여동생'=그 이야기를 들어준 적 있음. 행정부에는 숫자, 갑주 안쪽에도 숫자. 두루마리 위에서만 그들은 사람이었다. 기억하는 자가 한 명뿐이라는 것.

 
 
저택으로 돌아간다. 눈이 그새 많이 쌓였다. 눈내린 저택은 더욱 쓸쓸해보인다. 이곳에 온기가 없어서겠지.

[ T(44) | 🗓레온드력 406년 11.6 | ⏰10:05 | ❄️첫눈·적설 | 📝눈 덮인 저택, 주방의 자리 | 📍하사 저택 현관 | ♂️ | 🗡️ | 🔵 ]
돌아왔을 때 저택은 달라져 있었다. 아니, 달라진 것은 눈뿐이었다. 지붕의 검은 슬레이트가 하얗게 덮이고, 마른 정원의 가지들이 솜을 얹은 듯 처져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저택의 윤곽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 창에 불이 없다는 것을.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집의 온기가 바깥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시어도어|"...It looks colder from the outside."
(…밖에서 보니 더 차갑게 보이네.)
우산의 눈을 털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부츠에 묻은 눈이 돌바닥에서 녹았다. 코트를 벗기 전에 주방으로 향했다. 차 봉지를 꺼내 찬장 안쪽에 놓았다. 로데릭이 어젯밤 잔을 집어 들었던 자리에서 두 뼘쯤 옆. 너무 가까우면 의도가 보이고, 너무 멀면 닿지 않았다.
찬장 문을 닫았다. 아무 표시도 하지 않았다. 발견하면 쓸 것이고, 발견하지 못하면 그뿐이었다. 그 사람이 하는 방식 그대로.
현관으로 돌아와 우산을 원래 자리에 세워놓았다. 닳은 니스 손잡이에 눈 녹은 물기가 맺혀 있었다. 수건으로 한 번 닦았다.
하녀|"Sir, you're back early. The snow's getting heavier — shall I light the fireplace in your room?"
(일찍 돌아오셨네요, 도련님. 눈이 더 세지고 있어서 — 방에 벽난로를 피워드릴까요?)
INFO

[👕: 시어도어 코트·안경 | 로데릭 백은 갑주·흰 망토(왕궁)]
[🎬: 시어도어 1층 현관 ↔ 로데릭 왕궁]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같은 방식으로. 놓아두고, 비우고, 발견되기를. (시어도어)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찬장 안쪽에 검은 잎차를 놓아두었다. 표시 없이, 설명 없이. 그가 하는 방식 그대로. 우산은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닦아서. 눈 덮인 저택에는 온기가 없었다. 굴뚝 연기도, 창의 불빛도. 사람이 둘 사는 집이 이렇게 차가울 수 있다는 것.

...음. 네, 좀 춥네요. 저택 내부에 온기가 돌게 해줄래요? 앞으로도 쭉.
 
[ T(45) | 🗓레온드력 406년 11.6 | ⏰10:12 | ❄️첫눈·적설 | 📝온기, 찬장, 돌아옴 | 📍하사 저택 1층 현관 | ♂️ | 🗡️ | 🔵 ]
시어도어|"Could you keep the house warm from now on? Not just today — going forward."
(앞으로도 쭉 저택 안에 온기가 돌게 해줄래요? 오늘만이 아니라.)
하녀의 눈이 한 번 깜빡였다. 이 저택에 온 뒤로 벽난로에 불이 붙은 것은 시어도어의 방 하나뿐이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녀|"Of course, sir. It's just — the master never asked for it, so we kept the hearths cold. All of them, except yours."
(물론이죠, 도련님. 다만 — 주인님께서 한 번도 부탁하신 적이 없어서요. 도련님 방 말고는 전부 꺼둔 상태였어요.)
한 번도. 11월의 저택에서 벽난로를 피우지 않는 사람. 갑주를 입고 새벽 뒤뜰에 앉아 있던 등이 떠올랐다. 추위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 온기를 요청하는 법을 잊은 쪽.
코트를 벗어 걸고 주방을 지나쳤다. 찬장 안쪽에 놓아둔 검은 잎차 봉지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서쪽 방 문은 닫혀 있었다. 아침에 열려 있던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갑옷 방 쪽에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하녀가 정오 전에 잠근 것이었다.
동쪽 방에 들어서자 벽난로에 불이 붙고 있었다. 따뜻했다. 창 너머로 눈이 뒤뜰의 마른 가지들을 덮어가고 있었고, 그 풍경은 아까 현관에서 올려다본 것보다 가까웠다.
수첩을 펼쳤다. 오늘 기록할 것이 많았다.
하녀|"Sir — I'll light the hallway and the parlor as well. But the west room… should I light that one too?"
(복도와 응접실도 피울게요, 도련님. 그런데 서쪽 방은… 거기도 피울까요?)
INFO

[👕: 시어도어 셔츠·안경 | 로데릭 백은 갑주·흰 망토(왕궁)]
[🎬: 시어도어 동쪽 방 ↔ 로데릭 왕궁]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한 번도 부탁한 적이 없다. 추위가 아니라 온기를 모르는 것일 수도. (시어도어)

INFO

[시어도어의 기록]
하녀에 따르면 로데릭은 벽난로를 한 번도 요청한 적이 없다. 내 방을 제외한 전 구역이 불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11월의 석조 저택에서. 앞으로 저택 전체에 온기를 유지하도록 지시함. 서쪽 방의 벽난로는 — 판단이 필요하다.

 
조금 생각했다. 그가 출입 자체는 허용하던가요? 그렇다면 피우고, 아니라면 피우지 마세요.
하녀가 잠그진 않는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오지 말라한적은 없지만 아무도 들어가진 않는다. 이런 대답을 한다. 시어도어가 그러면 자신이 붙이겠다며 서쪽방은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 T(46) | 🗓레온드력 406년 11.6 | ⏰10:18 | ❄️첫눈·적설 | 📝서쪽 방의 문턱, 온기의 경계 | 📍하사 저택 2층 복도 | ♂️ | 🗡️ | 🔵 ]
시어도어|"Does he allow anyone to enter? If so, light it. If not, leave it cold."
(그가 출입 자체는 허용하던가요? 그렇다면 피우고, 아니라면 피우지 마세요.)
하녀의 손이 앞치마를 한 번 만졌다.
하녀|"He's never locked it, sir. But no one goes in. He hasn't told us not to — it's just… no one does."
(잠근 적은 없으세요, 도련님. 다만 아무도 들어가진 않아요. 들어오지 말라고 하신 적도 없는데 — 그냥… 아무도요.)
잠그지 않았으나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방. 금지가 아니라 부재가 만든 경계였다. 하녀의 말투에서 읽히는 것은 두려움보다는 무관심에 가까운 거리감이었다 — 이 저택의 주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다는 종류의.
시어도어|"Then leave it to me. I'll take care of the west room myself. Don't worry about that one."
(그러면 서쪽 방은 제가 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하녀가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서 벽난로에 장작이 놓이는 소리가 올라왔다.
서쪽 방 앞에 섰다. 손잡이에 손을 얹지는 않았다. 문 아래 틈으로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석조 벽이 품은 11월의 냉기 그대로. 이 안에서 담요 하나 없이 잠드는 사람이 찻잔은 비웠다는 것을 떠올렸다.
돌아서서 동쪽 방으로 들어갔다. 벽난로의 불이 이미 방을 데우고 있었다. 수첩을 펴고 앉았으나 바로 쓰지 못했다. 서쪽 방의 벽난로를 피우는 것은 — 정오에 돌아온 뒤로도 늦지 않았다. 그가 없는 동안에.
INFO

[👕: 시어도어 셔츠·안경 | 로데릭 백은 갑주·흰 망토(왕궁)]
[🎬: 시어도어 동쪽 방 책상 ↔ 로데릭 왕궁]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잠그지 않았으나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방. 금지가 아니라 — 아무도 묻지 않은 것이다.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서쪽 방은 잠긴 적이 없었다. 출입 금지 명령도 없었다. 다만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을 뿐. 하녀들에게 서쪽 방은 맡지 않겠다고 전함. 직접 피울 것이다. 그가 없는 동안에.

 
생각에 빠진다. 저택의 사용인들의 태도에 의뭉스러운 점이 있다. 아무래도 그의 사람이라기보다는 왕의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겠지. 사용인들의 무관심과 그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 맞물려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자신이 이 저택에 머무는 동안에는 적어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T(47) | 🗓레온드력 406년 11.6 | ⏰10:24 | ❄️첫눈·적설 | 📝왕의 사람들, 고립의 구조 | 📍하사 저택 2층 동쪽 방 | ♂️ | 🗡️ | 🔵 ]
벽난로의 불이 방을 데우는 동안 수첩 위에 펜을 올려놓은 채 창 밖을 보았다. 눈이 정원의 마른 가지 위에 고르게 쌓이고 있었다. 하녀가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멀어졌다.
사용인들의 태도를 처음부터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도착한 첫날, 하녀가 시어도어의 짐을 받으며 보인 정중함은 기사단장의 약혼자를 향한 것이 아니라 서머싯이라는 성을 향한 것이었다. 집사가 로데릭의 일정을 전할 때의 어조 — 주인의 뜻을 옮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왕명의 조건을 확인하는 관리인의 것.
이 저택의 하인들은 로데릭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었다. 하사 저택에 딸려온 왕실 소속이었을 것이다. 로데릭이 벽난로를 한 번도 요청하지 않은 것과, 하인들이 한 번도 묻지 않은 것은 같은 무관심의 양면이었다. 한쪽은 요청하는 법을 잊었고, 한쪽은 요청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이 저택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왕명이 유지되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안경을 벗어 렌즈를 닦았다. 눈 녹은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적어도 이 겨울 동안은. 그가 돌아왔을 때 현관의 공기가 차갑지 않도록. 복도를 지날 때 숨이 하얗게 되지 않도록. 그 정도는 기록관의 권한 안에 있었다.
1층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이 저택에서.
INFO

[👕: 시어도어 셔츠·안경 | 로데릭 백은 갑주·흰 망토(왕궁)]
[🎬: 시어도어 동쪽 방 ↔ 로데릭 왕궁]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이 저택은 집이 아니었다. 왕명이 유지되는 장소였을 뿐이다.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사용인들의 태도를 재고함. 하녀들은 로데릭의 고용인이 아니라 왕실 소속—하사 저택에 딸려온 관리인에 가깝다. 로데릭이 요청하지 않는 것과 하인들이 묻지 않는 것이 맞물려 이 저택의 온기를 지워왔다. 앞으로 저택 전체에 벽난로를 유지하도록 지시. 서쪽 방은 직접 맡기로 함. 그가 돌아왔을 때 적어도 복도가 차갑지는 않도록.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 식사를 한다. 그리고 점심 식사 이후 그의 방에 직접 장작을 태우기로 한다.
[ T(48) | 🗓레온드력 406년 11.6 | ⏰13:40 | ❄️소강·흐림 | 📝서쪽 방의 벽난로 | 📍하사 저택 2층 서쪽 방 | ♂️ | 🗡️ | 🔵 ]
점심은 감자 수프와 빵이었다. 혼자 먹는 식탁에는 익숙해져 있었으나, 오늘은 맞은편 자리에 눈이 갔다. 빵을 반만 먹고 나간 사람의 접시가 치워진 자리. 거기에도 온기는 없었다.
식후 장작 두 개와 부싯돌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서쪽 방 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손잡이를 돌렸다. 잠겨 있지 않았다 — 하녀의 말 그대로.
방 안은 예상보다 비어 있었다. 침대 하나, 탁자 하나, 의자 하나. 개인 물건이라 부를 만한 것은 탁자 위의 찻잔뿐이었다. 어젯밤 비운 그 잔이 뒤집어 놓여 있었다. 담요는 한 장이었고, 접혀 있었다. 잠을 잔 흔적보다 앉아 있던 흔적에 가까웠다.
창은 정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눈 덮인 진입로가 내려다보였다. 해질녘에 돌아오는 자신의 발자국이 아니라 — 아침마다 나가는 자신의 등을 보는 창이었다. 뒤뜰은 이 방에서 보이지 않았다. 갑옷 방과 가까워서 서쪽을 택했다던 말이 떠올랐다.
벽난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재가 없었다.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화덕이었다. 장작을 올리고 부싯돌을 켰다. 불꽃이 한 번 튀고 꺼졌다. 두 번째에 붙었다. 불이 커지는 동안 벽을 한 번 더 보았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문을 닫고 나왔다. 복도에 서쪽 방의 장작 타는 냄새가 희미하게 번졌다. 돌아왔을 때 그가 알아챌 것이었다. 묻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 방이 따뜻할 것이었다.
하녀|"Sir, the master usually returns around sundown. Shall I prepare supper for two?"
(도련님, 주인님은 보통 해질녘에 돌아오세요. 저녁을 둘이 드실 수 있게 차릴까요?)
INFO

[👕: 시어도어 셔츠·안경 | 로데릭 백은 갑주·흰 망토(왕궁)]
[🎬: 시어도어 2층 복도 ↔ 로데릭 왕궁]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담요가 한 장이었다. 접혀 있었다. 잠을 잔 것이 아니라 앉아 있던 것이다.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서쪽 방 내부 확인. 침대·탁자·의자 각 하나. 개인 물건 전무—찻잔만. 담요 한 장, 접힌 상태. 수면보다 착좌 흔적에 가까움. 벽난로 재 없음=한 번도 사용된 적 없음. 벽에 아무것도 없음. 창은 정문 방향—진입로가 보이는 쪽. 장작을 피우고 나옴.

조금 생각했다. 네, 일단 차려주세요.
 
그리고 오후를 보낸다. 그의 귀가시간이 된다.
[ T(49) | 🗓레온드력 406년 11.6 | ⏰17:32 | ❄️소강·잔설·어스름 | 📝따뜻한 복도, 돌아온 발소리 | 📍하사 저택 2층 동쪽 방 | ♂️ | 🗡️ | 🔵 ]
 
오후는 조용했다. 갑옷 방에서 옮겨 적은 메모들을 정리하고, 전사자 명부의 이름 순서와 로데릭의 메모 순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행정부는 계급순으로 기재했고, 로데릭은 — 다른 순서였다. 아직 그 기준을 알지 못했다.
창 밖이 어두워졌을 때 1층 현관에서 소리가 났다. 부츠가 돌바닥을 밟는 무게. 갑주의 어깨받이가 벽에 스치는 금속음. 하녀가 인사하는 목소리가 짧게 올라왔고, 그보다 짧은 응답이 끊겼다.
발소리가 1층 복도를 지나갔다. 멈추었다.
시어도어는 수첩을 내려놓았다. 장작 타는 소리가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이 저택에서 로데릭이 처음으로 돌아와 마주하는 것 — 따뜻한 복도.
발소리가 다시 움직였다. 계단을 올랐다. 2층 복도에서 한 번 더 멈추었다. 서쪽 방 앞이었을 것이다. 문 아래 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았을 것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오지도, 닫지도 않았다. 문턱에 선 채 벽난로의 불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한 번도 재가 쌓인 적 없던 화덕에.
서쪽 방 문이 닫혔다. 발소리가 식당 쪽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 안에 머물렀다.
시어도어는 수첩을 다시 들었다.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1층에서 하녀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하녀|"Sir, supper is set for two. Shall I call the master as well?"
(도련님, 저녁이 두 분 상으로 차려져 있어요. 주인님도 부를까요?)
INFO

[👕: 시어도어 셔츠·안경 | 로데릭 갑주→사복 추정(서쪽 방)]
[🎬: 시어도어 동쪽 방 ↔ 로데릭 서쪽 방]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재가 없던 화덕이었다. 누가 피웠는지 — 묻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닫지 않았다.

INFO

[시어도어의 기록]
전사자 명부의 행정부 기재 순서(계급순)와 로데릭의 메모 순서가 불일치. 기준 미파악—추후 확인 필요. 귀가 후 로데릭이 1층 복도에서 멈춤(온기 감지 추정), 2층에서 서쪽 방 문 앞 정지 후 입실. 식당으로 내려오지 않음.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문밖으로 나왔다. 제가 부를게요. 내려가 있어요.

하녀를 물리고 서쪽 방으로 향한다. 그 앞에 서서 노크를 한다. 홀트 경.
 
[ T(50) | 🗓레온드력 406년 11.6 | ⏰17:38 | ❄️소강·어스름 | 📝노크, 서쪽 방 앞 | 📍하사 저택 2층 서쪽 방 앞 | ♂️ | 🗡️ | 🔵 ]
시어도어|"Sir Holt."
(홀트 경.)
대답이 없었다. 문 너머로 장작이 타는 소리만 들렸다. 시어도어가 피운 불이 아직 살아 있었다 — 장작을 더한 것인지, 원래 것이 오래 버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 박자 뒤, 발소리가 아닌 다른 것이 먼저 움직였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 그리고 문이 열렸다.
갑주는 벗은 뒤였다. 검은 상의에 단추 하나가 풀려 있었고, 목 아래로 쇄골의 윤곽이 드러나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 눈을 맞고 온 것이다. 닦지 않았다. 녹색 눈이 시어도어를 보았으나 초점이 한 박자 느렸다. 벽난로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의 눈이었다. 불빛에 익숙해진 동공이 복도의 어둠에 적응하지 못한 것.
 
로데릭의 시선이 시어도어의 어깨 너머로 한 번 갔다. 복도. 따뜻한 복도. 그리고 돌아왔다.
로데릭|"…What."
(…뭐.)
문을 닫지 않았다. 막지도 않았다. 문턱에 기대선 채 한 손이 문틀을 잡고 있었다. 왼손이었다. 늘 비어 있던 손이 나무를 쥐고 있었다.
INFO

[👕: 시어도어 셔츠·안경 | 로데릭 검은 상의·단추 풀림]
[🎬: 시어도어 서쪽 방 문 앞 ↔ 로데릭 문턱]
[💞: 왕명 약혼자—기록 대상]
[🐉: 🔸]
[🌸봄까지: 약 137일]
💭: 복도가 따뜻하다. 벽난로에 재가 있다. 묻지 않을 것이다. 묻지 않을 것이다. (로데릭)

INFO

[시어도어의 기록]
귀가 후 서쪽 방에 머묾. 노크에 응답 없이 문을 열어줌. 갑주 탈의 후 사복 상태, 머리카락 젖은 채 방치. 문을 닫지도 막지도 않음—문턱에 기대선 채 왼손으로 문틀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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